History has failedus, but nomatter 이 소설의 원문은 이렇게 시작되는데 번역하는 사람은 이를 이렇게 번역한다.
역사는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개인적으로는 부패하고 무능한 지배세력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사실이 한 문장으로 대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들이 타국에 살면서 겪어야 했던 힘겨운 삶을 무려 4세대에 걸쳐 들려주고 있다.
차별적 호칭인 자이니치로 불리는 재일교포들의 슬픈 사연.
여러 매체를 통해 책 소개를 접하고 게 속에 필(feel)이 박히는 책을 가끔 사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디서 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민진이라는 재미 한인 작가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펴낸 책이 적지 않은 호평을 받고 있는 정도로 기억된다.
Pachinco? 내가 아는 새총?이라는 책 제목과 원서 표지에 그려진 한복을 입은 여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작가가 쓴 책이고 게다가 영어니까 소설을 읽으면서 영어공부도 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심정으로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첫 장부터 사전에서 찾아야 할 단어가 10여 개나 되고, 이런 상황에서 527쪽이나 되는 책을 모두 읽으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든다고 판단해 결국 번역서 한 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불편한 편의점에 이어 22년, 올해 두 번째 책이었다.
한 권을 읽고 두 권을 사서 읽었다.
- 서사(와 서정) 아직 서사와 서정의 의미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그 서사라는 의미에 대한 감을 조금 잡은 것 같다.
서사는 말 그대로 시간순으로 일련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각각의 내용에 감정을 거의 싣지 않은 것 같다.
남편이 혹독한 투옥을 거친 뒤 며칠 뒤 죽는 장면이나 갖은 고생 끝에 키운 아들이 자살하는 장면에서도 남편과 아이를 먼저 보낸 아내와 어머니의 비통함은 철저히 배제된 채 그 사실만을 짧게 드러낸다.
충분한 감정 없이 사실 위주로 풀어 나가다 보면 지루해질 것 같지가 않았다. - 2. 인생은 고통이다.
(세상이 바뀌면서 지금은 일방적인 희생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지 않지만) 우리 엄마까지는 ‘여자의 삶’은 딸,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 인생의 대부분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게다가 나라까지 빼앗기고 침략국인 일본에서 살아야 하는 여성의 삶은 필시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의 배경에는 이런 삶의 고단한 삶이 짙게 그려져 있다. - 3. 빠찡꼬 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생겨난 빠찡꼬라는 책의 제목에 대한 의문은 진도가 나갈수록 차츰 그 의미를 헤아려 갔다.
일본에서 태어났다거나 조선인의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차별을 받으며 사는 재일교포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신분 상승의 길은 일본인(족바리)이 멸시하는 새총이나 야쿠자 같은 어둠의 세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3년마다 외국인등록증을 갱신해야 하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남북한 여권을 소지해야 하는 철저한 외국인 생활을 하려면. - 국가지배권력의 의무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국가지배권력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지켜내야 하며 절대로 국민의 나라, 즉 국가를 다른 나라에 침략당하거나 빼앗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물론 역사에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 5. 굴레의 핏줄이지만 조국에서 살지 못하면서 견뎌야 했던 삶의 굴레와 함께 살아온 한국 동포의 애환을 짧은 시간이나마 생각할 수 있었다.
- 6. 기타 1)우리나라 번역서(1, 2권)의 표지는 누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디자인했는가?2. 원서는 반사되지 않는 가벼운 재질이라 한 권이면 충분한데 한국에서 낸 번역서는 왜 그렇게 못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