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화천대유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 대장동 로비 수사 빨간불

[속보] 법원, 화천대유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 … 대장동 로비 수사 빨간불 입력 2021년 10월 14일 오후 11:30 수정 2021년 10월 14일 오후 11:31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일부를 로비에 사용한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14일 기각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화천대우 대주주 김씨가 구속을 피하면서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추가 물증 확보 없이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지나치게 기대하고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 필요성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회삿돈 55억원을 횡령하고 뇌물을 750억원 주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김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4년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하는 과정에 관여해 공사에 수 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있다.

검찰은 이날 심사에서 김 씨의 혐의 사실과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화동인5호 오너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진술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영 변호사의 진술서 등이 근거자료로 제시됐다.

해당 녹취록 등에는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지분으로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씨가 건넨 뇌물 금액을 750억원으로 특정해 영장에 기재했다.

돈을 주고받기로 했다는 약속만으로도 법리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약속된 700억원 중 5억원이 실제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됐고, 50억원은 무소속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측은 심사에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700억원 약정설’은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이 뇌물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사업구조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이해 부족 상태에서 성급하게 배임으로 단정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뇌물공여 등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건임에도 현재까지 검찰이 확보한 증거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심사에서 검찰은 김 씨의 범죄 사실에 대해 종전과 다른 주장을 폈다.

당초 검찰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토대로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으나 이날은 현금으로만 5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김씨 측은 현금 1억원은 모르는 일이고 수표 4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아닌 정화동인 4호 소유자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해 왔다.

동시에 정 회계사가 녹음한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수표로 전달했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이 신뢰할 수 없다는 김 씨 측의 주장은 수사 과정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이 최근 확보한 남 변호사의 회계장부에는 남 변호사가 김씨로부터 수표 4억원을 받아 사무실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이 담겼다.

이에 검찰도 이날 심사에서 뇌물죄 범죄 사실을 수정한 것이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 외에 뇌물공여를 뒷받침할 물증을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려다 재판장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파일의 증거능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재판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김 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든 민간사업자 세력과 정·관계자의 연결고리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로비 의혹 모두에서 ‘키맨’으로 꼽힌다.

김 씨는 700억원 약정 의혹 외에 법조계 인사들과 성남지역 정치권 인사들에게 모두 35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로비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관련자 자금 흐름 파악, 김 씨의 진술을 교차 대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김 씨가 구속을 피하면서 수사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수사의 단초가 된 정 회계사 녹취록의 신빙성도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민간사업자에게 이익을 집중시켜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의 골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수사팀을 20명 규모까지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 단계의 혐의 소명에도 실패하면서 검찰의 수사력과 수사 의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뒤늦게 수사 착수,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실패 등으로 수사의지가 의심받은 바 있다.

이효상 기자 [email protected]